Northern Lives

나가누마에서의 어린 시절

저는 나가누마에서 태어나고 자라, 자연에 둘러싸인 생활이 당연한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같은 반 친구들 대부분이 농가 출신이었어요.

홋카이도는 이국적인 풍경이라고들 하지만, 확실히 감나무나 기와 지붕이 있는 혼슈의 시골 풍경을 보면 “이게 일본의 모습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역시 돌아오면 저에게 뿌리내린 풍경은 이곳 홋카이도라는 것을 느껴요.

유리 작가인 아버지의 영향

유리 공예를 선택했다기보다, 처음에는 막연히 그쪽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감각이었어요. 아버지가 유리 작가이기도 했지만, 몸을 움직이거나 그림을 그리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정말 즐거웠고, 그 외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 것 같아요.

공예학과에 들어갔을 때 도예, 목공, 금속 주조 등 여러 분야를 경험하며 선택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만져보고 제게 맞는 것은 유리 불기였어요. 부드러우면서도 통제하기 어려운 난이도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제 성격을 말하자면, 아버지도 자유로운 분이셨는데, 어렸을 때 “날씨 좋으면 오늘 유치원 쉬고 시코츠코로 가자” 하면서 유치원을 자주 빠진 기억이 있어요. 그런 기분파적이고 자유로운 성향은 저도 물려받은 것 같아요.

북유럽에서 찾은 나 자신

20대에 북유럽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스웨덴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홋카이도의 공기를 느꼈어요. 십여 시간을 날아왔는데도 막상 도착했을 때 치토세 공항과 비슷한 공기와 추위를 느꼈죠.

저는 오래전부터 북유럽의 디자인과 생활 방식에 동경을 품고 있었는데, 그 동경하던 것들이 홋카이도와 닮았다면 굳이 북유럽이 아닌 홋카이도에서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달 동안 유리 공예를 배우며 보조했던 모니카 L. 몬드라는 유리 작가는 라플란드 원주민의 혈통을 이어받은 분이었어요. 왜 자신이 이 땅에서 유리 공예를 하고, 왜 이곳에서 세계로 작품을 발표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고, 자신의 정체성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셨죠. 그 모습을 보고 저도 제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단순히 다른 것들을 동경하기보다 내 발밑을 돌아보고, 먼저 뿌리를 단단히 내리자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그것이 저에게는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그림과의 만남

처음에는 유리 공예로 그릇을 만들어 작가로 활동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크래프트 페어에 가면 저보다 기술, 체력, 감각이 뛰어난 작가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경제적으로도 전혀 수익이 나지 않았고, 이 길에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죠. 그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기가 5~6년은 이어졌습니다.

작가로서 독창성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은 알았지만, 독창성이란 무엇인가 고민했어요. 롯폰기의 ‘사보아 비브르’라는 학생 시절부터 동경하던 갤러리가 있었는데, 너무 대단해서 감히 방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응원으로 용기를 내어 찾아갔죠. 아직 작품은 부족하지만, 다음 해에 개인전을 열어주겠다는 말을 들었어요.

흥분과 긴장 속에서 수많은 시안을 보내봤지만, “지금 작품은 아직 멀었다. 보는 것조차 힘들다”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죠. 그러던 중, 포트폴리오에 있던 학생 시절 제작한 그림이 있는 작품을 보시더니 “즐겁게 작업했었지? 너 그림 그릴 수 있다면 그려봐”라는 말을 들었어요. 그 말이 계기가 되어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일본화를 그렸던 경험이 있어서, 붓을 잡으니 가슴이 뛰더라고요. 무엇을 그릴까 고민하던 중, 발밑에 피어 있는 꽃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 꽃들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이곳에서 오랫동안 보고 자란 것들이라 자연스럽게 그려졌습니다.

스케치부터 시작해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사각 프레임 안에 무엇을 담을 것인지, 나는 무엇을 보고 싶은지. 차분히 관찰하다 보니 식물들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고, 같은 꽃도 매일 다른 표정을 하고 있더라고요. 모티브는 무한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시골 풍경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모든 것이 다 있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일하면서 노는 것’을 목표로

제가 동경해서 보조로 들어갔던 유리 작가 다카하시 요시히코 씨는 기타나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일상 자체를 즐기셨고, 모니카 씨는 태양이 나오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셨어요. 작업 중에도 갑자기 스쿨 수영복을 건네며 “태양 나왔으니 강으로 들어가자!”라고 하시곤 했죠. “우리는 행복을 위해 일하는 거야!”라고 말씀하시는데, 당연한 말인데도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앞으로는 더 자연을 사랑하고 즐기면서, 일도 놀이처럼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다른 지역으로 떠나 스케치와 사진을 찍으면서 다음 작업을 구상해 보기도 하고요. 아직 보지 못한 풍경과 사람들을 만나 마음이 울리는 경험을 하고, 그 감정을 다시 유리에 담아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아요.

Director, DP : Tetsuya Uesugi Assistant Director : Mahiro Sato, Keita Muraki Sound Mixing : Tsuyoshi Sakado

Yuki Nishiyama

홋카이도 나가누마 출신. 다카하시 사다히코 글라스 스튜디오에서 어시스턴트로 일한 후, 도야마 유리 공방에서 근무. 2010년부터 홋카이도를 거점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 현재는 SAVOIR VIVRE와 니혼바시 다카시마야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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